[빈|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새해 첫날인 1월 1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2020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가 개최됐다. 전 세계 90여개국에 실황 중계된 이날 공연에서 초록색 한복을 입은 여성 관객이 눈길을 끌었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글로벌 문화예술기획사 월드컬처네트워크(WCN)를 이끌고 있는 송효숙 대표다.
송 대표의 남편은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이다. 조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며 오스트리아 법인장을 맡아 빈으로 이주한 박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때 회사를 그만두고 빈에 남아 1999년 무역법인 영산그룹을 설립했다. 이후 2005년 동유럽권에서 자동차 무역을 펼쳐 현재 16개국에 28개 현지법인을 거느리고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박 회장은 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유럽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영산그룹 산하의 WCN은 지난해 11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국 순회공연을 이끌어 주목받았다.
송 대표를 만나 한국과 유럽의 문화 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소감과 사명감을 들었다.
-객석에서 초록색 한복을 입고 박수를 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측의 초청을 받아 3년째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 관객으로 참석했다. 그동안은 수트를 입었는데 올해는 한복을 대여해서 입고 참석했다. 음악회에 기모노를 입은 일본 사람들이 항상 참석하기 때문에 화면에 늘 기모노를 입은 모습이 비춰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한복을 꼭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복을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한국에서 한복을 구해서 입을 수 있었다. 음악회에서 많은 분들이 한복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기뻤다.
-문화예술기획사 WCN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나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음악애호가였다. 사업을 하는 남편이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해 그 일이 무엇일까 하던 중 빈이 음악의 도시이기 때문에 음악과 관련한 기획사를 차리게 됐다. 그 전에도 한국 유학생들에게 후원을 해줬는데 보다 체계적으로 회사를 설립해 한국과 유럽의 문화교류를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해 지금의 모양을 갖추게 됐다. 한국이 문화적으로 급부상했지만 아직도 많이 뒤떨어져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문화의 힘을 세계에 알리는 구실을 하려고 한다. | 영산그룹 박종범 회장(왼쪽부터), 송효숙 WCN 대표. 제공|WC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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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성사시켜서 화제를 모았다.
WCN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직접 계약을 통해 한국 순회공연을 성사시켰다. 그동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간간이 있었지만 대부분 일본이나 중국공연을 오면서 잠깐 한국을 들렀다 가는 형국이었다. 지난해 한국 단독 순회공연은 한국만을 위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빈 필 내한공연을 유치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WCN을 설립한 후 빈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벌였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물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과도 교류해왔다. 특히 후원해줄 기업을 필요로 하는 빈의 문화단체에 우리가 참여하면서 그들이 한국 사람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가 자선바자나 자선음악회, 기부 등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을 보고 우리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도 성사됐다. 지난해 11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한국 순회공연에 이어 올해 11월에도 한국 순회공연이 확정됐다. 11월 2~3일 발레리 게르기에프 지휘, 데니스 마추예프 협연으로 세종문화회관과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빈을 기반으로 굉장히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한국 순회공연은 물론 빈소년합창단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빈소년합창단과 한국 어린이 합창단의 워크숍과 공연을 하는 프로젝트다. 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 빈 국립음대교수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이지윤, 베이스 심인성, 바리톤 이동환, 피아니스트 신박듀오 등 세계적인 음악가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빈 음대와 함께 ‘국제 헬무트 도이치 가곡콩쿠르’도 개최한다. ‘국제 헬무트 도이치 가곡 콩쿠르’는 해마다 9월 빈 쉔브룬 궁 극장에서 개최되는데, WCN이 이 콩쿠르를 후원한다. 이밖에 ‘스타인웨이 위너 콘서트 인 코리아’를 통해 세계적인 콩쿠르 우승자의 한국공연을 유치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수익보다는 문화적인 교류의 의미가 크다. 특히 위너 콘서트는 세계적인 대회의 우승자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학생들이 직접 봄으로써 배울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에는 오스트리아 빈 한인문화회관 신임관장이라는 중책도 맡았다.
WCN을 이끄는 일 하나만으로도 힘겨운데 한인문화회관 관장을 맡았다. 보통 다른 나라는 국가가 직접 한국문화원을 운영하는데 오스트리아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문화원이 없다. 그래서 8년전 동포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한인문화회관을 만들었다. 그동안 열심히 운영해오신 전임 회장님이 자리를 내놓으시고 그 자리를 맡게 됐다. 제대로 하려니까 할 일이 많고 힘이 드는데 그래도 빈에서 한국 문화를 알려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일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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